선생님의 삶을 읽는데 나의 어제를 그리고 나의 미래를 보듬는 느낌이었다. 김혜자 배우의 연기를 동시대에 맞추어 보고 자란 세대는 아니지만, 60년 연기 인생으로 이루어진 김혜자 배우의 삶을 담아낸 《생에 감사해》에 녹아드는 데에, 그런 건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 엄마라는 수식어가 김혜자 배우를 떼어놓을 수 없는 말이라 생각했었다. 시간이 흘러도 엄마였지만, 똑같지 않았고 그 다름을 만들어내는 건 김혜자 배우의 연기와 삶의 태도에서 나오는 힘이었다. 읽기 전 작품 속 배역으로 생각과 삶을 가늠하려한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선생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일관되고 한결같은 자신의 생을 전하고 있었다.
선생님의 글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듯 편안한 느낌이었다. <전원일기>에서 한 사람의 생을 표현하였듯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연극 작품에서 그 인물에 온전하게 녹아들기까지 노력을 해온 것을 말하다가도, 무슨 일이든 끝을 봐야하기에 자신의 마음에 차지 않으면 눈물을 쏟아낸 고백과 자신이 하지 못한 생각을 전하여 깨달음을 준 이들에게 감사와 여전히 자신에게 주어진 배역 하나하나에 설렘에서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가 전해졌다.
사람이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가질 수 있는 품위란 무엇일까. 인생의 감사함과 슬픔을 동시에 넣어두는 건 어떤 것일까. 그것을 내 나이에 벌써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분의 글을 읽다가 마음 어딘가 쿵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선생님이 말하는 생의 애틋함이 아닐까. 그 애틋함이 점점 커지며, 생의 아쉬움과 슬픔이 스치는 때가 올 것이다.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삶을 나도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김혜자 배우다운 에세이였지만, 읽고 나면 나도 나다운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나다운 삶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선생님의 삶에서 무엇을 가져오고 싶은지를 생각하다 고른건 역시 ‘감사’였다. 맑은 눈을 가지고 마음을 활짝 열고 보내는 감사. 나이가 들어도, 아낌없이 표현할 수 있는 그 마음. 받기 보다 감사를 먼저 전하는 삶. 그 삶과 마음을 참으로 닮고 싶다.
이렇게 편안하게 어른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좋았다. 선생님의 표현을 빌려 “감사했다”, 정말로. 스스로 우울한 면이 있다고 고백하지만 본래의 순수하고 삶에 진심으로 감사해하는 이의 생각은 언젠가 나도 닮아가고 싶은 인생의 길인 것만 같았다. “나는 나답게 살고 싶습니다”라는 선생님의 바람은 선생님의 인생에서 이루어져왔고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을 덮으며 스스로 ‘나를 지키기 힘들 때’, ‘나는 이제 안 되겠다’는 핑계가 들 때면, 김혜자 선생님을 찾아보고 읽고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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