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인간의 뇌는 서툴게 짜맞춰진 고물 컴퓨터, 다시 말해 클루지(kluge)다." 정도가 될 것 같다. 생소하게 들리는 말인 클루지(kluge)란 '어떤 문제에 대한 세련되지 않은 해결책'을 말한다. 어린 시절 즐겨 보았던 "맥가이버"에서 주인공이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활용해 조잡하지만 효율적인 해결책을 발견해 위기에서 탈출하던 장면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될 것 같다.
이런 현상은 인간이 진화론적 측면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진화했기 때문에 생긴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돌연변화와 자연선택을 핵심기제로 사용하는 진화는 최적의 것을 따라가기보다는 이전 진화의 결과를 반영해 생존에 더 도움이 되는 현실적 대안을 찾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인간의 척추는 단 한 개의 기둥으로 전체 몸무게를 지탱하는 클루지 방식으로 요통이라는 엄청난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인간이 이런 척추를 가진 것은 이것이 두 발 동물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구조가 네발짐승의 척추에서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의 마음 또한 클루지이다. 그래서 인간은 때때로 명석한 두뇌를 자랑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멍청하기도 하다. 자신의 전화번호도 제대로 외우지 못하고, 담배가 몸에 좋지 않음을 알고서도 이를 끊지 못한다. 저자는 우리의 마음을 기억, 신념, 선택, 언어, 행복, 심리적 측면으로 나누어 클루지에 촛점을 두어 자세히 설명한다. 확증 편향, 정신적 오염, 닻 내림, 틀 짜기, 부적절한 자기통제, 반추의 순환, 초점 맞추기 착각, 동기에 의한 추론, 잘못된 기억, 제한된 정신능력, 애매한 언어 체계, 정신장애에 대한 취약성 등 인간의 오류를 설명하는 많은 심리적 용어들과 현상들이 자세히 설명된다.
저자는 인간 진화의 역사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생각의 함정을 피하고 이를 발전의 단서로 활용하는 특별한 제안을 하고 있다. 우리 내면의 클루지를 잘 활용하면 개인의 발전은 물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험적 과학적으로 증명된 13가지 제안을 책의 뒷부분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책의 가치가 배가된 느낌이다.
진화는 우리에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했지만 그 생각에 오류가 없다고 보장하지는 않는다. 결국 생각의 한계를 잘 파악해 활용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저자가 독특한 시각에서 우리 인간의 특성을 성찰하면서 대안까지 제시하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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