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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리뷰(죽음 앞에서도 허무함에 빠지지 않으려면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책으로다이브 2023. 2. 14. 15:03

평소 대화 나눌 기회가 없던 직원들과 카페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지만 일하는 사무실이 달라서 몇 달 동안 못 만났던 직원도 함께 있었다. 한때 같은 팀에서 근무했던 직원들. 반가운 마음에 커피라도 내가 살테니 가끔 연락하라고 했더니, '항상 바쁘시잖아요.' 그런다. 아이고, 그런 말 하지 마라고, 아무리 바빠도 시간낼 수 있으니 언제든 차 한 잔하고 싶으면 연락하라고. 내친 김에 점심 식사 약속을 잡았다. 언제 식사 한번 하자고 지나치면 일부러 만날 일 없는 우리다.

'바쁘시잖아요'. 자주 듣는 말이다. 다들 바쁜 직원들이니 그냥 하는 말일 수 있지만 바쁨이 사람들 사이에 벽을 세우고 있음을 느낀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그 바쁨이 서로의 존재를 잊게 한다. 겉으로는 친한 직원들과도 알고 보면 그게 착각일 수 있다고 느낀다. 얼굴을 마주치지 않으면 대화를 나눌 일이 없고, 같은 사무실에 있어도 하루 종일 인삿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하고, 아예 그냥 서로를 외면해도 이상하거나 어색하지 않은 관계가 '바쁨'의 뒤에 가려진 일상이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면, 한참 나중에 세상을 떠날 때 남는 게 후회뿐일 거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삶을 대할 때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적용하지 못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그것을 막는 게 나를 '바쁨'으로 몰아가는 온갖 것들이다. 나의 성장과 상관 없는 일을 하면서, 내가 관심 가질 필요 없는 것들에 주의를 뺏기면서, 시간만 낭비하는 일들이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할 때 나라는 존재는 자연스럽게 배제되어 버린다. 내 자리가 없는 곳에 다른 사람들과의 따뜻한 관계의 자리가 있을 리 없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제목과 같은 성찰이 필요했기 때문에 내게 온 책이다. '다시 산다면'이란 가정은, 했어야 하지만 하지 못한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내가 놓치고 사는 게 무언지 챙겨볼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지금뿐 아니라 매순간, 늘, 항상 그래야 하는 것인데 정신을 잃고 지내는 내게 뭔가 중요한 하나가 빠졌다고 알려주려는 신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 자신은 이미 알고 있다. 뭘 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우리 일상에 뭐가 빠져 있는지를.

 

정신분석가들은 "좋은 치료자 백 명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더 낫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당신이 쏟는 사랑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지. 당신이 상대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사랑하는 일, 그리고 기다려 주는 일뿐이다. (82쪽)

 

사랑은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주는 것. 받으려 하기 보다 주려고 해야 한다는 것. 무조건적인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이란 문장들이 여러 책들을 통해 내게 전달된다. 어느 책에선가 그랬다. 사랑을 모르고 사랑을 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사랑은 그냥 주는 거라고, 받으려 아등바등 하는 게 아니라고. 주는 관계가 아니면 사랑 안에 머무는 게 아니라고. 주기만 해도 기쁘고 좋은 게 그게 사랑이라고. 그런 사랑, 그런 관계를 가져보지 못했다면 그런 마음으로 실천해 보면 된다.

 

나도 파킨슨병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놓치고 살면서도 그걸 왜 굳이 알아야 하느냐고 반문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지는 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옆 사람의 손이 얼마나 따스하고 위안이 되는지,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경이로운지 조금은 알 것 같다.(118쪽)

 

 "바쁘시잖아요" 가 이유가 되지 않게 여유를 부리기로 마음 먹는다. 먼저 인사하고 만나고 제안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 말로 전하기 힘들 때는, 미소라도 보내는 것. 상대를 배려하는 이런 행동이 내게 필요한 일을 하는 비결 아닌 비결일 것이다. 내 행동과 말에 더 많이 신경 쓸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며 후회를 줄이는 비결은 이처럼 시선을 나에게 더 많이 돌리고, 중요한 게 무언지 알아내고 그것을 해내는 게 아닐까. 인생을 다시 살아도 지금처럼 살겠다고 말할 수 있게끔 말이다.

 

나는 사람이 남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흔적은 사랑이라고 믿는다. 사랑을 하면 상처 또한 피할 수 없지만 사랑은 삶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 주고 사람을 더욱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또한 죽음 앞에서도 허무함에 빠지지 않게 해준다. (24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