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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메의 문단속] "스즈메의 문단속"

책으로다이브 2023. 3. 14. 15:04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예고 영상을 접한 이후에 기다리고 있었다. 내용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었지만 영상이 너무 아름다워서 궁금했다. 책의 존재는 알지못했는데, 애니메이션이 개봉한 날 책을 선물받았고, 애니메이션 대신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저자 신카이 마코토는 <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 <너의 이름은>,<날씨의 아이>등의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데, 그 중 내가 본 작품은 <너의 이름은>이 유일하다. 한 작품뿐이었지만 신카이 마코토는 확실하게 각인인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보통은 원작 소설이 있고, 영상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저자가 감독한 애니메이션을 소설로 엮은 것이라고 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읽어서인지 이 장면은 어떤 영상으로 만들어졌을까 상상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이모와 단둘이 살고 있는 여고생 스즈메는 등교길에  '이 근처에 폐허 없니? 문을 찾고 있어'라고 말하는 남자를 만났다. 근처 산에 있는 폐허를 가르쳐주고 학교로 향하던 스즈메는 뭔가에 이끌리듯 폐허로 향했고, 그 곳에서 낡은 나무 문을 발견했다. 살짝 들여다본 문의 건너편에는 별이 반짝이는 밤의 초원이 있었다. 문을 가운데 두고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이상한 생물체에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데, 이후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재앙의 흔적들을 보게 되었다. 스즈메가 다시 만나게 된 남자의 이름은 소타로 자신을 '문 닫는 자'라고 말했다. 

 

"사람이 사라진 곳에는 뒷문이라 불리는 문이 열릴 때가 있어. 그런 문에서는 선하지 않은 것들이 나오지. 그래서 문을 잠그고 그 땅을 원래의 주인인 우스부나 (토지신)에게 돌려줘야 해. 그 일을 하려고 나는 일본 전역을 여행해. 이것이, 원래 우리 문 닫는 자의 임무야." -p 60

 

소타와 함께 스즈메는 '문닫는 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넘쳐 터져나오려는 재앙을 막으려는 노력으로 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했다. 타인을 구하려는 노력은 결과적으로 스즈메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거였다. 3월 11일이라는 날짜를 보면서 떠올랐다. 동일본 지진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스즈메는 그날 엄마를 잃었다. 문을 통해 만나게 된 과거와 현재의 스즈메. 과거의 스즈메에게는 미래의 스즈메와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엄마의 죽음을 제대로 마주하고, 과거의 스즈메에게 용기의 말을 건네는 스즈메. 그 말은 현재와 미래의 자신을 향한 말이기도 할터였다. 작가 후기에서 동일본대지진이 이 작품에 깔려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타와 스즈메가 문을 잠그지 못하면 강력한 지진등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많은 이들의 일상이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문을 닫을때 들려오는 '좋은 아침, 안녕하세요, 잘먹겠습니다, 잘 다녀와, 다녀올게요.'와 같은 말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말들이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많은 대화들,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고나할까? 판타지적인 요소와 함께 스즈메와 소타가 여행길에 만난 사람들의 친절함, 따뜻함 또한 다른 가지로서 균형을 잘 잡아주고 있는듯했다. 환상의 세계가 아닌 내가 땅을 디디고 있는 이곳의 이야기라고 말하는 것처럼.

 

스포일러가 될 듯해서 쓰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반전으로 인해 감동으로 다가오는 부분도 있었다. 소설의 내용을 모두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을 것같다. 하지만, 책장을 덮을 때 '치유'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스즈메가 과거의 스즈메를 만났던 부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 하나. 부정적인 감정이 있는 곳은 봉인해두고, 희망이 있는 곳으로 열려있는 문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도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고싶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파악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