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많은 스포일러가 작렬!>
과거에 변사라는 지금은 없어진 직업이 있다.
그 정의는 요래 나온다.
변사 : 무성영화(無聲映?)시대에 스크린에 펼쳐지는 극의 진행과 등장인물들의 대사 등을 관객들에게 설명하여 주던 사람. 변사는 속칭으로서, 활동사진해설가라고 한다.
왜 변사 부터 이야기 하는고 하니 본 책 고래의 서술방식이 상당히 특이 하기 때문이다. 여타의 소설들은 사건의 흐름에 따라 시간 순서에 따라 혹은 간혹 과거 혹은 미래로 왔다리 갔다리 하며 주인공이나 등장인물들을 따라 독자가 이들의 행동이나 의식, 대사에 푹 빠져 따라가는 서술 방식을 가지게 마련인데, 고래는 다르다. 일단 현재에서 과거의 사건을 서술 하는데. 과거로 훅 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이 이야기는 이래서 이렇다 이로이로하여 이리 일은 풀리게 된다라는 사건 설명인이 나오는데 이가 마치 음유시인들이 영웅설화를 사람들 앞에서 과장과 뻥을 섞어가며 이야기하는 형식과 무척이나 닮아 있다. 그리고 그 설명과 추임새 들이 다큐멘터리 따위에서나 봤던 변사의 그것과 무척이나 닮아 있음에 상당한 신선함을 느꼈다. 즉, 사건속에 독자가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화자가 과거에 말이야야 이런이런 이야기가 있었어 그러니 지금부터 잘 들어봐~ 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분명 이것은 한국식(변사의 화려한 언변을 통한) 서술 방법인데 이야기 구조는 익히 봐왔던 신화적 구조들을 닮아 있다는 것도 내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또한, 현재에서 과거를 설명하기 때문에. 과거가 현재에 의해 어찌 정의되는지 현재는 미래에 의해 어찌 정의 될 것인지를 아주 능청스럽게 떠들어 대는 부분은 피식피식 웃음이 절로 나오게 한다.
독서토론회 내에서 무척이나 분분한 많은 의견들이 있었으나 이 번 책은 내가 무척이나 재미 있게 읽었고 이야기에 푸욱 빠졌었기 때문에 기억이 사리지긴 전 나의 독서기록을 남기는 것에 중점을 두려한다. 고래를 읽어나가면서 내가 했던 작업이 하나 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현실적 인물과 신화적인물들을 구분하는 표를 그려본 것이다. 나는 고래의 주인공을 금복이로 보았고, 금복이라는 한 명의 인간의 생이 신화로 각색되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읽었다. 너무나 추한 노파에서 금복이로 그리고 춘희로 이어지는 생을 보면서 금복의 생에 진짜 존재했던 진짜 인간과 노파의 딸과, 춘희, 코끼리와 쌍둥이 자매들로 주축이 된 신화를 만들기 위해 덧 붙여진 인물들을 구분하고 그 이유들을 하나하나 적어 본 것인데 그 작업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백년의 고독의 가계도 이후 가장 즐거웠던 작업이었던 듯 싶다. 심지어 한국 소설을 이리 푹빠져서 읽은게 얼마만인지 모를 정도로 말이다.
고래에 가장 중심적인 인물은 아주아주 추하게 생긴 노파, 금복, 춘희로 이어지는 3명의 여성이다. 남자 작가가 3대에 걸친 대한민국 근대사에서의 여성의 지위의 변화를 저 3명의 여성을 대표 주자로 하여 그려냈다는 점도 무척이나 신기한데 그 서술 방식이 여자인 내가 봐도 참으로 빠져들만 하다는 건 괸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보통 남자작가가 그려내는 여성 캐릭터에 이토록 몰입했던 적인 한국 소설중엔 없었을 뿐더러 금복이의 그 강력한 생활력과 강직함 그리고 전투적인 자의식을 찾는 과정을 보노라면 금복이에 대적할 만한 한국 소설속 캐릭터는 토지의 최서희 정도나 들이 댈 수 있지 않을까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제목 고래를 여러 의미로 해석들을 많이 하던데 나의 경우 고래를 채울 수 없는 갈망과 갈증의 어떤 것으로 보았다. 특히나 주요했던 세 캐릭터들에게 고래란 어떤 것이었을까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했던거 같다. 추한 노파에게 고래란 반푼이에게서 보았던 욕정의 갈망을 채워주는 아주 거대한? 힘의 원천으로서의 그 어떤 것이었을 것이고, 금복이에겐 넓은 바다라는 세상에서 미천한 인간들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그 위용과 존재감을 드러내던 압도적이고 경이롭던 금복이를 주저 앉게 만들었던 존재 자채가 내뿜던 압도적인 아우라일 것이다. 금복은 자신을 압도하게 만드는 것에 매료되며 그 대상이 끈임없이 바뀌는 모습을 책 속에서 계속해서 보여 주니까 말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애정어리게 그리고 안타깝게 지켜 보았던 춘희! 그녀에겐 고래란 바로 말이 없이 소통이 가능한 저 넓은 자연속 영혼으로 소통 가능한 그 모든 존재들의 영혼의 소통의 힘이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더 억지를 부려 본다면 시대의 변화에 따른 인간의 욕망의 변화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혹은 작가 천명관이 생각하는 인간이 잃어버린 자연과의 소통법을 춘희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건가?라는 생각을 잠시 했고 말이다.
그리고 춘희 바로 그녀가 금복이가 낳은 고래일 것이라 생각했다. 춘희의 탄생조차 고래와 무척이나 닮아 있었으니 말이다. 금복이가 춘희를 임신했던 기간이 4년이라고 나오는데 고래의 임신 기간이 1년 이상이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가 내 생각이다. 결국 금복은 고래를 꿈꾸며 고래를 닮은 극장을 지었지만, 고래를 잉태하여 고래를 낳았으면서도 그것이 고래인지 알아보지 못했으며, 자신이 꿈꾸었던 아우라로써의 고래와는 달랐기에 춘희라는 고래를 외면했을 것이다. 그리고 춘희의 최후는 금복이가 보았던 부둣가에서 해체되던 고래의 모습과 무척이나 닮아있다.
내가 가장 애정어리게 바라보았던 캐릭터 춘희. 나는 그녀를 통해 인간은 결코 고래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미 살아 있는 영혼을 가진 것들과의 소통법을 잃어 버린 존재인 인간. 노파와 금복이를 통해 인간의 욕심과 탐욕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그 대척점에 영혼의 소통을 이야기하는 춘희라는 캐릭터를 신화적 혹은 무척이나 뻥스러운 배경을 짊어지게 하여 인간을 통해 세상에 내보낸 것은 작가가 엄청난 이야기꾼임에 틀림이 없다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끈임없이 자연과 소통하고 영혼을 가진 것들과의 말이 필요없는 소통을 하는 존재로서의 춘희가 탐욕스럽고 저열한 인간들로 부터 유린당하는 모습들을 볼 때는 그 안타까움에 마음이 쓰릴정도 였다. 그런 그녀가 오롯이 자연에서 얻어진 흙을 이용해 뜨거운 가마속에서 구워낸 벽돌은 춘희가 다시 인간들에게 내보이는 화해의 손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다시 지어지는 극장이라니. 이 정말 얼마나 다분히 신화적인 결말인지 말이다.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을 읽으며 한 인생을 깊이 파다보면 그 인생의 깊이에 비례하는 넓은 세상을 품게 된다는걸 알게 된다. 고래 또한 바로 그런 소설이다. 노파를 지나 금복이를 통해 춘희로 완성되는 신화적 이야기를 오롯이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뒤에 해설은 읽다 말았다. 흥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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