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하는 일은 아주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하던 일을 계속하는 일, 하던 대로 지속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노력과 끈기 그런 걸로는 설명하기엔 부족한 무언가가 있다.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든 건 김연수의 소설집 『너무나 많은 여름이』 을 읽으면서 김연수의 소설을 계속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이 소설들을 만나지 못했을 거라는 당연함에서 시작되었다. 물론 좋아한다고 해서 한 작가의 모든 책을 다 읽는 건 아니다. 좋아한다는 건 기대가 있다는 것이다. 기대가 있다는 건 실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망에도 무릅쓰고 계속 좋아하는 일, 계속 읽는 일, 그건 용기를 넘어 확신 같은 거라고 할까. 누군가 내가 읽은 김연수 소설의 분위기가 내내 같은 게 아니겠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