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2

[너무나 많은 여름이] "너무나 많은 비가 내리는 여름에,"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하는 일은 아주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하던 일을 계속하는 일, 하던 대로 지속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노력과 끈기 그런 걸로는 설명하기엔 부족한 무언가가 있다.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든 건 김연수의 소설집 『너무나 많은 여름이』 을 읽으면서 김연수의 소설을 계속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이 소설들을 만나지 못했을 거라는 당연함에서 시작되었다. 물론 좋아한다고 해서 한 작가의 모든 책을 다 읽는 건 아니다. 좋아한다는 건 기대가 있다는 것이다. 기대가 있다는 건 실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망에도 무릅쓰고 계속 좋아하는 일, 계속 읽는 일, 그건 용기를 넘어 확신 같은 거라고 할까. 누군가 내가 읽은 김연수 소설의 분위기가 내내 같은 게 아니겠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럴..

리뷰모음 2023.08.08

[이토록 평범한 미래]-책 리뷰(타인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진주의 결말] 김연수는 소설을 진행시키는 화자의 관점에 대해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소설의 속성에 맞는 것은 3인칭 시점임이 확실하지만, 이제 진지하게 쓰는 소설에서는 불가능해졌다고 말한다. 거의 대부분의 소설은 1인칭 화자*에 의해 진행되는데, 그 화자는 소설의 전반을 모두 파악하고 있지만 현상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판단하는 화자이다. 이 부분이 무척 중요한데 어떤 사건에 대해 개인적 판단을 한다는 것은 그 서술이 절대적이지 않음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전지적 소설이 작가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수동적 독자를 만들었다면, 1인칭 서술은 화자를 마냥 신임하지 못하는 능동적인 독자가 생겨나는 셈이다. 김연수의 소설을 읽을 때 나는 항상 그 말을 기억한다. '진주의 결말'은 그런 작가의 생각이 담긴 소설..

리뷰모음 2023.01.06